잡담

1.

옥탑 창고방이 국가에서 실시한 항공 촬영에서 불법 구조물로 찍혀 다 철거해야됐다. 뭐, 불법으로 허가된 평수 외에 지은거 맞으니 할말은 없지만, 어머니 왈 '뜯어내고 검사 맡은 다음에 다시 지을꺼야' 으헝헝

그럼 이 짓을 한번 더 해야된다구요?

창고방에 있던 한 400권 정도의 책을 죄다 내 방으로 옮겨놓은덕에 방은 많이 좁아졌지만 읽을 만한 책은 엄청 늘어났다.

올해 안에 다 읽을 순 있을까.




2.

굽본좌의 본격 2차세계대전만화책 2권은 확실히 1권과는 방향성 자체가 많이 다른것 같다. 2차대전사를 오덕체로 그리며 웃음과 정보를 전달하는게 1권이었다면 2권은 전쟁을 희화시킨 패러디물의 정당성을 확보하기 위한 자기변호와 '제가 전쟁만화를 덕후스럽게 그린다고 해서 전쟁을 좋아하는건 아닙니다, 전쟁은 나쁜겁니다. 그정도는 안다구요'라는 주장이 너무 강하게 깔려있다.

오히려 그런 의식에서 벗어난 인터넷 연재부분이 더 진한 밤꽃오덕냄새와 더 강한 풍자를 보여줬다고나할까. 음악과 만화의 환상적인 조합을 보여줬던, 동시에 현실 풍자와 인간에대한 사람도 잊지 않았던 걸작 <happy chirstmas>편을 책으로 옮기는건 분명 무리였겠지만, 굽본좌라면 종이로된 책에서도 그 비슷한 감동을 줄 수 있지 않을까 했는데, 역시나 스탈린그라드의 저격 장면같은 명장면들도 현실의 한계로 인해 많이 축소되고 본래의 빛을 잃은 느낌이다.

그렇다고 엄청 실망을 했냐면은 그건 또 아니고, 책은 책 나름대로의 매력들이 있었지만, 어쨌든 처음 굽본좌의 웹툰을 접했을 때 느낀 그 감동을 다시 얻기는 여전히 무리인 모양이다.

인터넷에 그리는 것과 달리, 출판을 하려면 이것저것 신경써야 할 것도 많고, 눈치봐야 할 것도 많고, 제약도 많을게 분명하지만, 그래서 왜 이런 작품이 나왔는지, 그리고 어떤 부분에선 작가가 어떤 고민을 했을지도 알 수 있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작가가 더 과감한 선택을 하지 못한게 아쉬울 뿐이다.



3.

20세기 SF 빅 3(아이작 아시모프, 아서 찰스 클라크, 로버트 앤손 하인라인)의 작품은 주제의식에서부터 큰 차이를 보인다. 그러나 굳이 편을 가르자면 로버트 하인라인은 인류사를 관통하는 커다란 흐름보다는 그 속에 있는 각각의 조류들을 자세히 관찰하고 서정적인 아름다움이나 비장미등을 극대화시키는데 탁월한 반면(내가 아직 하인라인의 소설을 다 읽어보지 못한 탓도 크다), 나머지 둘은 작품 전반에 걸쳐 자신만의 인류의 역사와 커다란 우주관을 일관성있게 그리고 있다.  
 
아이작 아시모프는 인간에 의한 우주의 정복과 기계의 완벽한 통제를 통한 인류의 번영을 예측했다면, 아서 클라크는 우주를 관통하는 초월적 지성과 인간의 만남를 통해 인간의 열등함을 보여주는 한편 인간만이 가진 특성으로 인해 언젠간 우주의 역사에서 인간이 큰 역할을 할 것이라는 가능성을 암시한다.

그리고 그 둘의 공통점은 '어쨌든 인류는 존재할만한 가치가 있으며 가끔 좀 이상하지만 그럭저럭 쓸만하다'는 인간애가 작품의 기저에 뿌리깊게 박혀있다는 것이다.

그런 생각이 들고 다니, 이번엔 극단적인 반대 노선을 타 '인간따위 우주에 나가봐야 득이될거 하나 없고 과학기술이 발달하면 결국 지들끼리 치고받아 멸망할거임. 인생 어두워~' 하는 SF 작품을 찾아보고 싶다는 욕심이 든다.

포스트아포칼립스적인 작품이야 많이 있지만, 대부분의 그런 작품들은 마지막에 가선 키스씬이나 저 희망찬 미래를 향해 전진하자는 장면으로 끝나지 않는가. 그런거 말고, 레알 진정으로 암울한 꿈도 희망도 없는 SF사회를 그린 소설은 없으려나.(분명 안팔렸겠지만)


4. 마이크로소프트의 사이드와인더 x-3 마우스를 샀는데, 의외로 소감은 그럭저럭.

역시 그냥 싼거살껄 그랬나. 뒤로/앞으로 버튼은 편하긴 한데, dpi를 2000까지 올리면 포인터가 거의 순간이동을 하는지라 실제에선 거의 800으로 맞춰놓고 쓰니 이건 뭐.... 결국은 사족이었다 이거구만. 쯧.

괜히샀어, 마소 괜히 샀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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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글

  • 알렉세이 2009/11/08 20:36 # 답글

    1. 옥탑방도 불법 구조물이 되었다구요? 맙소사. 옥탑방의 로망도 이젠 끝이군요. 으헝.

    2. 웹에서 연재하던게 인기를 얻어 계약을 체결하고 출판한 것들을 보면 대부분이 웹에서 보던 것보다 질이라든가.. 좀 떨어집니다. 아무래도 자신이 취미로 여유있게 그린 것과 돈과 계약과 협박에 쫓겨 후닥닥 그린 것의 차이겠지요. 에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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