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물따위

뭐? 선물이라고?

 

안돼! 주지마! 이런 제길.

 

넌 지금 맘을 후하게 쓰고 있다고 생각하겠지만, 선물 주고받기의 기본은 상호작용이라고. 넌 나에게 선물을 준게 아니라 내가 너에게 뭔가를 답례로 줘야할 의무를 준거라고. 나도 당연히 뭔가 줘야지, 그게 선물 관습의 필수요소니까

 

괜찮다고? 아니야 안돼. 어쩔 수 없어 이건.

 

이제 난 밖으로 나가서 너에게 줄 선물을 골라야해, 선물은 가격이 비슷해야하고, 네가 나에게 준 선물에서 볼 때 나타나는 친목정도와 비슷한 친목도를 상징하는 선물이어야하지.

 

그건 정말 끔찍하게 복잡한 계산과정이라고

 

네가 나에게 준 선물에 비해 너무 싸구려거나 성의가 없는 선물을 내가 고른다면 넌 그 선물 자체를 너에대한 나의 평가라고 인식하거나 혹은 내가 기본 예의도 모르는 버릇없는 놈인 것 처럼 생각하게 될 거고 반대로 내가 너무 비싼걸 주거나 지나치게 네 마음에 드는걸 주면 넌 우리 관계에 대해 오해하게 될거고 내가 너에게 품고 있는 호감도의 수치에 대한 그릇된 판단을 갖게 될 테지. 그게 아니더라도, 관습적인 증폭 효과에 의해 너는 이 다음엔 더 나은 선물을 가져 올꺼고 그렇게 되면 그 다음에 내가 주는 선물 또한 점점 등급이 올라가겠지. 이 증가곡선에 상한선이란 없어서 언젠간 우리가 서로 가진걸 모두 팔아 상대에게 줄 선물을 고르고 있을 지도 몰라.

 

그러기 위해선 난 정확하게 네가 준 선물과 같은 가치를 가지거나 혹은 네가 무시 할 수 있을 만큼의 작은 차이를 가진 선물을 골라야 하지. 가격부분에 조금 더 정밀한 선택을 위해선 특정 물품의 국제 시세나 향후 2~3년간의 변동요인, 공급 불균형에 따른 가치 상승 및 대체상품의 등장으로 인한 가격폭락과 같은 경제학적인 지식 또한 필요해.

 

게다가 관습적으로, 누군가에게 알맞는 선물을 고르기란 굉장히 어려워. 그러기 위해선 너의 취향과 성격, 가치관, 생활습관, 버릇, 선호도, 좋아하는 연예인, 음악, 향수의 취향, 좋아하는 색깔, 최근에 필요한 것 등등의 데이터가 필수로 요구되고, 난 네 싸이월드를 뒤져 니가 친히 위시리스트에 등록 시켜 놓은 -누군가 이미 사줬을 지도 모르지만 그래도 그나마 네가 원할 가능성이 높은-물건들을 고르던가, 아니면 너의 가족이나 지인에게 의도적으로 접근해 '요즘 얘가 요구하는 물건엔 어떤게 있니?'따위의 질문을 던져야 하지. 물론 그 댓가로 날아오는 의심의 눈초리는 고스란히 내가 떠안아야 하는 짐이 되는거지.

 

 

자, 이 모든게 방금 네가 건낸 그 선물에서 시작 된거야.

 

고마워. 앞으론 이 변태같이 생긴 손톱깍기를 볼 때마다 네 생각이 나겠군. 잘쓸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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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글

  • 됴취- 2008/12/18 01:47 # 답글

    ㄷㄷㄷㄷㄷㄲㄲㄲㄲㄲㄲ
  • 커맨더 2008/12/18 11:58 # 답글

    이번 글도 주제와 초점은 맨 마지막 문장에 있다는게 사실입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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