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에 불이 났습니다.

우리집은 아닙니다만, 집에서 키우는 식육목 개과의 진(여, 8세)이가 사는 주거용 공간에 불이 났습니다.

쉽게 말하면, 개집에 불이 났습니다.



빌라 옆에 주차장 처럼 있는 공간에 누가 내다버린 장롱 하나를 개집으로 개조해서 못쓰는 코트 한 벌 넣어 놓고 개집 옆에 기둥에다 목줄 달아 묶어놓고 아침마다 왔다갔다 저녁마다 들낙날락 하며 인사하면 좋아라 꼬리치고 죽으라면 죽은척, 살라면 사는척, 이리오라면 이리오고 저리가라면 저리가고 온갖 재롱 부려가며 새끼도 순풍 순풍낳고 재주가 좋은지 명줄이 긴건지 초복 중복 말복, 복날 마다 화를 면하더니 어느새 우리 가족이랑 함께 산지 어언 8년, 출생이 큰 대 자에 점하나 찍어 개 견 자, 견공으로 태어났겄지만, 이렇게 우리가족 만나서 부대끼고 사는것도 어찌보면 인연이라, 인쟈는 개가 아니라 막내둥이 마냥 업어기르던 차에
 
때는 11월 24일, 그랑께 바로 오늘 저녁에 거실에 앉아 컴퓨터 하고 있는데 뭔 장작타는 냄새가 솔솔 나는거라, 혹시나 해서 부엌에 가봐도 아무일 없고 가족중엔 담배태우는 사람도 없으니, 혹시 누가 이 늦은시간에 낙엽 긁어 불쏘놓아 고구마라도 구워먹나, 어디 아는 얼굴이면 인사하고 달달한 고구마나 얻어먹어보자, 하고 창문을 열고 밖을 떡 내다 봤는데, 아니 글씨 개집에 불이나서 MT가서 태운 모닥불마냥 활활 타고 있는게 아니겄습니까.

아따 이것이 뭔일이냐, 꿈이냐 생시냐 영화냐 소설이냐, 멀쩡한 개집에 갑자기 불이 나니 이게 어쩐 일인가, 서당개 삼년이면 풍월을 읊는다는데, 우리집 개새끼가 득도해서 날이 춥다고 지 집에 보일러를 들여 놓았나, 아니면 견공도 이젠 성인이 되었다고 꽁초를 태우다 떨어뜨려 불을 놓았나, 우리 진이가 나이도 나이니까 갱년기 건망증이 와서 가스레인지에 주전자 올려놓고 불을 안껐다면 그거라도 믿겠다마는 낡은 장롱에 무슨 까스 레인지가 있겄나, 이도 저도 아니면 웬 미친놈이 한겨울에 몸보신할 요량으로 개고기가 먹고 싶다고 개집에 불을 놓았나, 아니 옘병, 그럼 미친놈이 보신탕집에나 갈것이지 왜 엄헌 남의 개집에다 불을 지르고 지랄헐까, 아따 환장하겄네

개는 다행히 목줄이 길어서 저만찜 떨어져서 지 집이 타들어가는 꼴을 바라보며 짖지도 못하고 끙끙대고 난리를 치는디, 아따 이것이 무슨 변고래냐, 목청을 가다듬고 불이야~! 아 동네 사람들 불이야~! 우리집에 불났소! 할라다가, 그래도 사람사는 집도 아니고 개집에 불이난것잉께 119를 부르기도 쪼꼼 애매하고 동네방네 잔치마냥 알리기도 좀 거시기 혀서 일단은 정신을 차리고 안방에 계신 부모님께 알리고 후딱 뛰어내려가 개 목에 걸린 목줄부터 언능 풀고 개부터 대피시키고 나왔는디, 개는 그제야 주인 나왔다고 그와중에도 꼬리를 헬헬 쳐싸가며 아부를 떠는디, 이놈아 지금 니가 날 반가워할때가 아니다, 내 풀어줄텡께 얼렁 도망부터 가거라, 하고 목줄을 딱 풀러 놓으니 지도 놀라긴 놀란 모양인게비라, 냉큼 뛰어서 저만치 달아나더라

아 이제 개는 구했고, 그럼 안에 뭐 통장이나 인감도장이나 땅문서 같은걸 꺼내와야하나, 가 아니라 에라 이놈아 불부터 꺼야지. 부모님께 소리쳐서 '아이고 엄니, 그 베란다에 화초 물주는 호스좀 냉큼 꺼내주소' 다행히 호스가 길어서 얼추 개집 가까이 닿는기라' 아따 되었다, 후딱 물트소.' 변강쇠 오줌발 마냥 호스 끝에서 물이 좌악 나오니, 아따 인쟈 되었다. 너 인쟈 살았다. 저번에 강촌으로 MT가서 석유 뿌려가며 피웠던 3단 캠프파이어 마냥 우리 철수랑 영희의 마음처럼 영원히 꺼지지 않고 활활 타자고 맹세했던 그 불이 물세레를 맞고 금새 맥을 못추더기 결국 사그라들고 그나마 불은 금방 꺼지더라.

그제서야 개를 돌아보니, 다행히 털은 좀 그슬리고 수염은 오그라들었을망정, 피부는 멀쩡하고 화상은 안입었응께 목숨에는 지장이 없것다, 이것이여. 아이고 팔자야, 복날도 아닌데 된장 바를뻔 했구나, 니가 제일로 고생을 하였다. 먹고싶은게 있으면 날이 밝거든 사다줄 것인즉, 소고기든, 닭고기든, 돼지고기든, 사냥이 금지된 고래고기든간에 급히 먹으면 체하는건 마찬가지니 일단 물이나 한 사발 먹고 정신차려라, 하고 물을 떠다주니 훌쩍 훌쩍 잘만 퍼마시더라.

불이난 구석을 가만 들여다보니, 이건 아무래도 안에서 부터 불이 난 것이렸다. 개집의 겉 껍데기는 멀쩡하고 안에 넣어둔 옷가지며 장판만 주저 앉았네. 혹여 누가 담배를 태우다가 떨궜으면 몰라도, 담배꽁초를 개 집안에 던져 놓는건 무슨 웬수가 지지 않고서야 일어날 수가 없는 일이니, 이건 분명히 누가 원한을 갖고 일부러 불을 낸 것이렸다. 암만 인심이 흉해지고 범죄율이 늘어난다 캐도 말못하는 짐승이 무슨 죄가 있다고, 우리 가족한테 아니꼬운게 있었으믄 당당히 찾아와서 이야기는 못할망정, 밤중에 개집에 불을 놓고 도망가니 이건 참말로 개보다 못한짓이 아닌가?

놀란 가슴 추스리고 경찰에 신고를 하였지만, 경찰도 범인을 잡아낼 뾰족한 수가 없는지라, 앞으로 순찰은 계속 돌 것 지만은, 일단은 문단속 잘하고 개조심 하라는 소리만 할뿐이라, 가만 들어보니 이런일은 이 근방에서 우리집이 처음이라, 연쇄방화범의 시작이면 그나마 다행이라도, 누가 우리 일가에 원한을 품고 저지른 일이면 개집으로 끝나지 않을테니 이게 또 걱정이라.

어찌할꼬, 어찌할꼬, 세상이 어쩌다 이렇게 되었을꼬. 경기가 어렵기로서니 사람 인심까지 흉흉해지고, 이웃간에 정을 끊고 지나가는 사람마다 의심하기 시작하면 내 심사 뒤틀리는건 시간 문제라, 바람결에 불씨가 날려왔겠거니, 혹여 누가 실수로 담배를 태웠겠거니 하고 싶지만 마냥 안심할 수 많은 없는게 그저 안타까울 뿐이리라.

나도 이젠 조심하며 살아야겠네.






 

2012를 보고 왔습니다.

와....쩐다.


CG 많이 좋아졌네요.



아니 말이여, 영화 본 사람들이 '그저 그랬어, 뭔가 타이타닉 같은 장면이 나오지만 상관없어!

뭔가 투모로우 같지만 필요없어! '이러는데


아니 시방 캘리포니아가 통째로 가라 앉는데 지금 그게 문제입니까 여러분!

일본과 망가와 야동이 스시가 가라앉는다는데 지금 그게 문제입니까!

법황청이 와르르, 화성돈 백앙관이 와르르, 미리견이 와르르, 옐로우 스톤 국립공원이 통째로 들고 일어나는데 지금 그게 문젠가요.

뭔가 2012년이 되도 G8에 한국은 껴주지도 않고 중국이랑 일본만 살아남는다는데 그게 문제입니까.

해운대가 천만이 넘었다는게 문젠가요. 그건 그저 욕조에 물차넘치고 얘들이 바닷가에서 모래성 무너뜨리는 규모지요.

아니 시방 에베레스트산까지 해일이 와서 해발 8천미터에 있는 티베트 사원의 주지스님이 '아하아아아 바닷물이 짜다는게 진짜였구나' 하고 있는데 데 지금 그게 문제입니까!!


뭐, 결국 볼만 했습니다.

사실 재난 규모가 너무 어이가 없어서 헛웃음이 나올 정도였지요.



근데

의외로 해피엔딩이더군요. 12세 관람가일 때부터 예측은 했었지만

아니 지표면이 다 녹는다더니 왜 아프리카는 솟아올라? 거긴 안녹아? 검은대륙의 특혜인가.

여기에 대답하는 방주 함장의 한마디 "그래서 거기 이름이 희망봉이라 그런가봅니다.와하하하하"

아, 님 좀 웃겼음.






영화에선 2012년 종말의 원인을

2012년에 태양계 행성들이 한줄로 늘어선다    >>뻥임<<

그래서 지구가 무언가 영향을 받는다   >>뻥임, 끽해봐야 조수간만의 차가 좀 더 길어질까말까<<

게다가 역사상 가장 커다란 태양의 폭발(플레어)가 일어난다     >>그럴지도 모름. 왜냐면 아직 2012년이 안돼봤으니까<<

그때 방출되는 어마어마한 중성미자(뉴트리노)가 지구를 관통한다     >>이건 사실<<

중성미자가 지구 핵과 반응해서 지구 내부 온도가 올라간다    >>개뻥, 중성미자는 아무것과도 반응을 안하기에 이름이 중성미자임. 영화에선 '그런데 그것이 실제로 일어났습니다'라는데, 이 중성미자가 갑자기 성질이 바뀌어서 입자들과 반응하기 시작하면 그것 만으로도 과학계에 논문이 1000편은 더 나오고 뉴턴과 사이언스는 12달치 편성표를 걱정할 필요 없을듯.<<

그래서 지각이 다 녹아서 인류는 좆ㅋ망ㅋ     >>근데 아프리카는 안녹음. 우왕ㅋ굳ㅋ<<

그리고 왠지 모르지만 지각이동설에 체크.     >>아마도 땅들이 맨틀위에 둥둥 떠다닌다는걸 암시하기 위한듯<<


하지만 이런걸 따지고 보면 재미없으니 그냥 봅시다.

사실 내심, 지구가 망한다는데 그럼 주인공은 어떻게 살어? 하다가 영화를 좀 보고 멸망 원인을 알게 된 다음엔

뭐야 이거, 지각이 다 녹으면 방주 따위 타봐야 끝이잖어. 땅이 녹는데 물은 안끓냐? 설마 다죽나? 아싸! 했었는데

아프리카는 안녹아요. 대체 왜. 오히려 엄청난 융기현상이 일어나서 신대륙이 생긴다나 뭐라나.


 녹는게 아니라 지진인가...근데 아무리봐도 땅은 별로 안흔들리던데. 특히 캘리포니아 붕괴 장면은 땅 자체가 녹아서 밑으로 꺼져버리는 그런 모습이었고. 경계부분이니까, 해구쪽으로 끌려들어가면서 녹아버렸다는건 가능하지만, 있는 그자리에서 폭삭 녹는다면 그것도 좀 웃기지라. 지구 내부를 거대한 유체로 보고 대류로 인한 순환이 된다고 가정할때, 국지적인 온도의 상승은 어느정도나 가능할지가 문제인데.... 전 응용유체역학을 안들었어요. 죄송합니다.

아무리봐도 지각이 녹는다는 의미보다는, 중성미자와의 반응으로 맨틀대류가 활발해져서 대규모 지진활동과 지각이동이 일어난다고 보는게 맞는듯. 물론 개뻥이지만. 그래서 환태평양 조산대에 있는 일본 및 캘리포니아는 다 털리고 옐로우 스톤이 폭발한다. 정도로 보는게 낫겠지요. 법황청이야 뭐 지진으로 망한거고.

근데 자꾸 영화에선 녹는다, 녹는다, 뜨거워진다 만 강조하니까 오해하기가 너무 쉬웠어요.




뭐, 영화가 주는 메시지는 재난에 대처하는 인류의 따뜻한 휴먼 스토리를 그린 영화답게


1. 재혼은 하지말자. >이혼률감소<

2. 2012년까지 우리나라가 이탈리아를 제치고 G8에 들어가도록 노력하자. 안그럼 방주를 못탄다. >부국강병<

3. 고교시절 책을 2천권 읽으면 대통령 딸이랑 결혼할 수 있다. >독서권장<

4. 10억 유로화를 벌자. >두당10억<

5. 차는 역시 벤틀리. >엔진 스따르뜨<


가 되겠습니다.






아, 간만에 좋은 영화였다.



ps. 젊은 스님 형으로 나오는 사람이 성룡이랑 너무 닮아서 놀랬음. 아니 재키찬씨가 재난영화에도 출연하다니! 가서 방주의 목을 꺾는건가! 라고 했지만 자세히보니 아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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